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7/30)
79p ~ 91p
루소처럼 걷는 법
ㅡ 장 자크 루소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철학자, 소설가, 작곡가, 식물학자, 독학자, 정치이론가 마조히스트였다. 무엇보다 루소는 산책자였다. 그는 자주 걸었고, 혼자서도 걸었다. 물론 걷기 모임에서 가까운 친구와 걷는 데에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걷기는 개인 행위다. 우리는 혼자서, 자기 자신을 위해 걷는다. 자유는 걷기의 본질이다. 내가 원할 때 마음대로 떠나고 돌아올 자유, 이리저리 거닐 자유, 작가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말처럼 변덕이 이끄는 대로 이 길 저 길을 따라갈 자유. 루소도 자신의 변덕을 따랐다.
ㅡ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걷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디론가 가고 싶다면 반드시 걸어야 했다. 오늘날 보행은 선택이다. 하지만 루소는 마차 여행을 극도로 싫어했고 언제든 늘 걸어다녔다. "혼자서 두 발로 여행할 때 만큼은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존재하고, 이렇게 살아있고, 이렇게 나 자신이었던 적이 없다."
# 요즘 무척이나 더워져서 걷지를 않는다. 한 때 마음이 상했을 때 걸었던걸 생각해보면 많이 힐링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노래를 엄청 크게 들으면서 흥얼거리고 배에 힘을 주고 걸었을 때, 괜찮았던 것 같았다. 저녁 만큼은 다시 걷도록 하자.
ㅡ 루소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 또한 아니었다. 루소는 요즘 말로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었다. 걷기는 루소가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 평생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걷기는 루소의철학에 딱 맞았다. 루소는 자연으로의 회귀를 주창했는데, 걷기보다 더 자연스러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ㅡ 걷는 방식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걸음걸이는 지문이나 서명처럼 개개인이 다 다르며 모두에겐 자기만의 걷는 스타일이 있다.
ㅡ 내 주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은 것은 바로 루소가 사용한 언어다.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루소의 언어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어려운 철학적 표현과 다르다. 곧 루소의 언어에 명확성 외에 무언가가 더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나치게 화려하긴 하지만 루소의 글에는 거짓이 없다. 루소는 글을 꾸며내지 않는다. 루소의 철학은 다음 네 어절로 요약할 수 있다. 자연은 좋고 사회는 나쁘다. 루소는 "인간의 자연적 선함"을 믿었다. 루소는 우리가 인간 본성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 많은 것이 사실은 사회적 관습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훈연한 브리치즈와 인스타그램을 향한 사랑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확실하지만 사실은 문화적인 것이다.
# 루소가 왜 걸었는지, 걷는걸 왜 좋아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걷는 데에는 자연스럽고, 사실적이지도 않다.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않는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과 같다.